이 글은 강원도 홍천 팔봉산 등산 후기입니다. 일반적인 아름다운 풍경 소개보다는, 338m라는 높이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험난함과 도전적인 코스에 초점을 맞춘 현실적인 경험담입니다. 특히 암벽 구간과 가파른 내리막 등 아찔한 순간들이 있어 초보자나 겁이 많은 분, 균형 감각이 부족한 분께는 충분한 준비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3의 등산' 경험과 특별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홍천 팔봉산의 진짜 모습과 함께, 이 독특한 산행이 당신에게 맞는 도전일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특별한 등산 후기를 들고 왔습니다. 충남 서산에도 팔봉산이 있지만, 제가 다녀온 곳은 강원도 홍천에 있는 팔봉산입니다.
혹시 '등산'하면 푸릇푸릇한 나무와 탁 트인 정상 풍경만을 기대하신다면... 음, 다른 블로그를 찾아보시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이곳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등반에서 진짜 마주하게 될 험난한 여정의 날것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는 산이거든요. 이 글에 있는 사진들도 아마 그런 모습 위주가 될 겁니다.
🚗 가는 길 & 의외의 북적임
부천 상동에서 홍천 팔봉산 입구까지는 금요일 오전 시간대인데도 대략 2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고속도로 빠져나가기 직전 마지막 휴게소인 홍천강 휴게소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좀 놀랐네요. 뭔 일이었을까요?
☀️ 등산하기 딱 좋았던 날씨
날씨는 정말 좋았습니다. 낮 최고 기온이 20도씨 정도로 예측되었고, 적당히 구름이 해를 가려주면서 따뜻한 봄날임을 느끼게 해줬어요. 바람도 거의 없이 산들바람만 불어 쾌적했죠. 긴팔이지만 소매를 걷을 수 있는 티셔츠에 여름용 등 매시 조끼를 입었는데, 정말 딱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매시 조끼, 여름 등산용으로 강추입니다! 앞가슴 주머니에 핸드폰 쏙~ 등은 매시로 시원~ 협찬 1도 없는 찐 후기입니다.)
📊 스마트워치 기록, 그리고 숨겨진 진실
제 스마트워치 기록은 이렇습니다.
총 거리: 2.78km
총 소요 시간: 4시간 07분
총 소모 칼로리: 2,498kcal
평균 심박수: 138 bpm
누적 고도: 338m
최고 고도: 330m
'엥? 킬로수에 비해 등산 시간이 왜 이렇게 길어?' 생각하셨다면, 그 이유는 바로 이어지는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네, 그리 높지 않은 나지막한 산(누적 고도 338m, 최고 고도 330m면 인천 계양산보다도 낮습니다)인데 말이죠.
⚠️ 성질 급한 당신에게 먼저 고함: 위험하다!
자, 성질 급한 분들을 위해 이 산의 등산 난이도에 대한 제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위험합니다. 적어도 저처럼 겁이 많은 사람에게는 아찔한 순간의 연속이었어요.
특히 이런 분들께는 절대 비추천합니다:
- 균형감이 스스로 없다고 생각하는 분 (나이가 많거나, 운동신경이 약하거나)
-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
- 상상력이 풍부해서 상상으로 미리 사고를 예측하는 데 도가 튼 분
홍천 팔봉산으로 검색하면 유튜브 등 대부분의 후기에서 좋다고만 추천하던데, 제 생각엔 모두 사실이면서 동시에 거짓입니다. 좋다는 건 경험자에 따라 다르다는 거죠. 겁이 많은 당신, 굳이 이런 산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대한민국에 산은 흔하고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이 산에 가야 할지, 아래 제 글을 보고 잘 판단해 보세요.
🗺️ 외길 코스, 그리고 하산길의 중요성
팔봉산 등산 코스는 거의 외길입니다. 1봉부터 8봉까지 쭉 이어지죠. 물론 중간에 힘드시면 내려올 수 있는 하산길이 있습니다(2봉과 3봉 사이, 7봉과 8봉 사이). 저는 8봉까지 완봉했습니다.
트랭글 기록도 대략 2.8km를 찍는 걸 보니 킬로수는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4시간이나 걸렸냐고요? 바로 이 산이 그만큼 험하다는 증거입니다.
하산길은 2봉/3봉 사이, 7봉/8봉 사이, 그리고 8봉 지나 완봉 코스 하산길이 있습니다. 저는 7봉과 8봉 사이 하산길을 추천합니다. 그 이유는 8봉 지나 완봉 코스의 하산길이 '끝없는 추락'에 가까운 경험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아래에서 더 설명하겠습니다.)
🔥 미친 칼로리 소모량의 비밀
총 소비 칼로리가 2,498kcal입니다. 지난주 10km 마라톤에서 956kcal를 썼는데, 무려 2.5배 이상을 더 사용한 셈입니다. 이는 꼬불탕꼬불탕 오르락내리락하는 그 거리를 스마트워치의 미터계가 다 제대로 측정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겁니다. 제가 느낀 피로도도 10km 마라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습니다.
하지만 준 프로 등산러인 제 친구는 이 칼로리 소모량을 믿지 않습니다. 친구는 완봉에 2시간이면 족하다고 했죠. 그런데 유튜브의 다른 등산러들 대부분 4시간을 완봉 추천 시간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제 기록이 아주 틀린 것 같지는 않습니다.
🗿 전설과 함께하는(?) 기묘한 조형물들
이 산에 음기가 가득해서 이를 중화시키기 위해 등산로 입구에 남성기 조형물을 많이 설치해놨다는 전설이 있다고 합니다. 모양이 꽤 리얼해서 여성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네요. (저는 남자라... 뭐 제주 성 박물관도 있는데 이까있거 싶기도 하고요.)


심지어 산 중턱에도 남성기 바위가 있습니다. 6개월간 여기저기 산을 다녀본 경험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에 이런 남성기를 연상시키는 바위가 적지 않게 있긴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이 산에서 묘하게 음기가 충만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날벌레가 많고, 해가 드는데도 땅이 축축하고, 암산인데도 겹겹이 쌓인 낙엽으로 습한 땅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역시 ST형인 제 친구는 NF인 저의 이런 느낌에 절대 동의하지 않았습니다. (네... 그렇겠죠.)
🧗♀️ 험난하지만 짧은 오르막, 그리고 끝없는 내리막
등산로는 입구부터 가파릅니다. 그런데 그 가파름이 비교적 짧아요. '아, 힘들다~' 싶으면 어느새 다음 구간이 나타나죠. 전 구간에 걸쳐 이 느낌은 계속됩니다. 엄청 가파른, 거의 암벽 등산 같은 코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다~' 싶으면 다 와 있습니다.
딱 하나 예외가 있다면, 하산길입니다.



8봉 꼭대기에서 강가 땅바닥까지, 그냥 계속 수직 하강하는 느낌입니다. 수락산 하산길보다 무섭거나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수락산은 탁 트인 암벽을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이곳은 숲으로 시야가 제한적이고 중간중간 쉴 구간이 꽤 있었거든요. 내려가다 진달래도 구경하고...
그냥 '무서운 듯 아닌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고, '힘들다~' 싶으면서도 '어? 다 왔네!' 하는 느낌의 연속이었습니다. 제 친구는 이런 구간을 너무 재밌어 죽더군요. (역시 준프로...)
📍 역대급 미니미 정상석 & 주차 꿀팁
1봉부터 8봉까지 정상석은 정말 역대급으로 작습니다. 손바닥만 해요. 사진 찍기 정말 힘들고, 사람 많으면 줄 서야 합니다. 다행히 제가 간 날은 평일이라 사람이 아주 적었습니다.






주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곳 등산로 앞에는 공식 주차장이 없습니다. 길가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긴 한데 매우 협소해요. 가능하면 **평일 방문을 강력 추천**합니다.
🚫 겨울철 입산 금지? 당연하지! (feat. 절대 불가)
이곳은 겨울에는 입산이 금지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4월)도 올해 4월 4일부터 등산로를 개방했다고 하더군요. 작년까지 입장료를 받았는데, 올해부터는 무료입장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내년엔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등산 시즌에도 오후 6시까지는 반드시 하산해야 합니다. 보통 오후 3시쯤부터는 입산을 삼가 달라고 하죠. 입구를 봉쇄하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안전을 위해 절대 늦게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
겨울에 왜 입산이 금지되는지는 등산을 하고 나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 등산은 거의 자살 수준입니다. 이건 암벽 등반에 가깝지 일반적인 겨울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암벽 타기에 가까운 특이한 등산로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 이유로 해가 지면 등산은 '절대 불가'입니다. 이 '절대 불가'라는 말에는 준프로인 제 친구도 100% 동의했습니다! 그만큼 난도가 높다는 뜻이죠.
일반 등산에서 볼 수 있는 난간이 제대로 설치된 것도 아니고, 안전바도 미흡하며, 그저 기어서 올라가기 적당한 만큼의 발판이 전부입니다. 아주 높지 않은 산이라 다행이었죠.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 전망은 좋지만... 탁 트인 느낌은 좀 덜한 이유
등산 중 보이는 전망은 여느 산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좋습니다. 다만, 아주 탁 트인 시원한 전망은 조금 덜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산은 고작 338m 정도의 나지막한 산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계양산(인천, 395m)보다 낮은데 난이도는 더 높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계양산은 아무 신발 신고도 정상까지 가는데 문제가 없지만, 이곳은 반드시 등산화를 신어야 합니다. 산길에 뾰족한 암석 투성이고, 시도 때도 없이 암벽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하거든요.
🐜 벌레들의 천국? 음기의 기운?
아직 벌레가 많을 시기는 아닌데도 날벌레가 꽤 많았습니다. 겹겹이 쌓인 낙엽 아래 온갖 벌레들이 살고 있고, 바로 옆 홍천강에서 공급되는 수분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마지막 강가 옆길을 걸을 때는 날벌레와 모기 집합소를 여러 군데 거쳐야 했습니다. 벌레를 혐오하시는 여성분이라면 이곳은 그냥 유튜브 영상으로 즐기시는 걸 추천합니다... (진심입니다)
아마도 이 산은 원래 암산이었을 겁니다. 지금의 푹신한 흙은 수천 년간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겠죠. 다른 산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산에서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은 건 유독 흙 밖으로 튀어나온 뾰족한 암석 끝을 산행 내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곳: 2봉의 사당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2봉 정상에 있던 작은 사당입니다. 어떻게 그 자리에 그런 사당이 있을 수 있는지 신기했어요. 2봉 정상석은 사당 옆 이상한 곳에 있고, 진짜 2봉 정상에는 이 작은 사당이 있습니다.



다른 후기에서 들으니 이 사당 역시 음기 충만한 산세를 중화시키기 위해 지어졌다고 합니다. 사당 안에는 작은 산신령 같은 상 3개가 모셔져 있다고 하는데(저는 못 봤고 유튜브에서 봤어요), 건물이 그리 오래되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팔봉산에 관한 전설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네이버 지식백과: 팔봉산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전국 여러 곳에 팔봉산이 있기 때문에 <팔봉산전설> 역시 다양하게 구전되고 있다. 우선, 강원도 홍천군 팔봉산 부래(負來) 전설에서는 팔봉산이 본래 남쪽 지방에 있던 산이었다고 한다. 옛날에 여덟 명의 장사가 산을 메고 금강산으로 가다가 이곳에 와서 주저앉아 쉬게 되었는데 갑자기 뇌성벽력과 함께 비가 쏟아지고 강물이 넘쳐 금강산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 팔봉산이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홍천군 외 팔봉산과 관련한 삼부인(三夫人) 전설이 있다. 팔봉산 주변 마을에 세거씨족으로 이씨·김씨·홍씨 부인이 살았다. 이씨 부인은 마음씨가 인자했고, 김씨 부인은 더 착하고 자상했으나 홍씨 부인은 너그럽지 못했다. 이씨가 시어머니이고 김씨가 딸, 홍씨는 며느리였다. 당굿을 할 때 이씨 부인에게 신이 내리면 풍년이 들고, 김씨 부인에게 강신하면 대풍이 들고, 홍씨 부인에게 강신하면 흉년이 들었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민속문학사전(설화 편))
🤸♀️ 도전 혹은 포기: 4봉 해산굴
4봉 정상석 바로 앞에는 '해산굴'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날씬한 사람만 간신히 통과할 만한 암벽 사잇길인데, 저는 아쉽게 포기했고 제 친구는 성공했습니다.
여기에 팔봉산 4봉 해산굴 사진을 넣어주세요.
🥶 가장 아찔했던 그 순간
가장 아찔했던 순간은 6봉에서 7봉 가는 길인지 5봉에서 6봉 가는 길인지 헷갈리는데, 어떤 암벽을 넘어가는 길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었어요. 너무 아찔해서 사진 찍을 엄두조차 못 냈죠. 지금 생각하면 왜 안 찍었나 싶지만, 당시에는 그럴 생각조차 안 날 만큼 공포스러웠습니다.
저처럼 무릎이 안 좋고, 균형감각에 자신 없고, 영화 'Final Destination'이 상상으로 자동 재생되는 사람에게는 진짜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물론 제 친구는 그런 저를 이해하지 못했지만요...
😅 등산을 말리는 후기가 되었지만... 후회는 절대 안 합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등산을 만류하는 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홍천군에 좀 미안하네요. 하지만 다른 많은 후기처럼 솔직함 없이 무조건 좋은 점만 적어 놓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등산한 것을 후회하냐?'라고 물어본다면, 저는 당연히 "절대 후회 안 한다. 너무 잘 다녀왔다!"라고 말할 겁니다.
왜냐고요? 바로 이곳 이외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등산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암벽 등반인 듯 아닌 듯, 트레킹인 듯 아닌 듯... 뭐라 정의할 수 없는 '제3의 등산 경험'을 선사하는 코스는 전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을 것 같아요.
그만큼 뒷맛이 남는 산입니다. 다만, 이 경험은 **당신이 살아서 하산을 한다는 전제 하에만 유효**하겠죠.
[마무리]
이 글이 홍천 팔봉산 등반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현실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풍경뿐만 아니라, 산이 가진 날것 그대로의 도전과 경험을 마주할 용기가 있으신 분이라면, 팔봉산은 분명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안전 장비 단단히 챙기시고, 특히 등산화는 필수! 안전한 산행 되시길 바랍니다.
2025. 4. 19. K-여행 인사이더
원문
홍천 팔봉산, 무서워 죽을뻔한 등산 후기
대한민국 100대 명산에 뽑힌, 강원도 홍천의 팔봉산 유명하다는 친구 말에 속아서(?) 드디어 가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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